인간극장 진정희 꽃밭의 여인 프로필 나이
경상남도 함양의 깊은 산골.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굽이굽이 올라가면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한 꽃밭이 펼쳐진다.
꽃밭 사이 오솔길을 거니는 여인, 전정희(61) 씨.
10년째, 새벽에 일어나 해 질 녘까지 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일 잘하는 과수원집 셋째 딸이었던 정희 씨는 다른 형제, 자매들은 다 대학에 진학했는데 정희 씨는 엄한 아버지 아래서 어머니를 도와 일을 해야 했고 스물여섯 살엔 중매로 선을 본 남자와 18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모두 아버지의 뜻이었다.
그러나 과수원에서 뛰놀며 자란 감수성 예민한 정희 씨는 도시 생활도, 결혼생활도 잘 맞지 않았다.
아들 둘을 낳고 20년 넘게 살았지만, 남편과는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힘든 결혼생활에 우울증을 얻은 정희 씨는 주말이면 배낭을 메고 떠돌았고 그때 정희 씨의 꿈은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처럼 산속에 들어가서 꽃밭을 가꾸며 사는 것이었다. 이제껏 남들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 용기를 내고 내 인생을 살아 보자. '자립할 준비로 유치원 보육교사를 시작한 정희 씨는 뒤늦게 대학 공부를 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땅을 마련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남편에게 졸혼을 선언하고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산으로 들어온 정희 씨는 오랫동안 방치돼서 잡초가 무성한 다랑이논을 맨손으로 일구기 시작해 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기를 10년... 척박했던 땅은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꽃밭이 됐고 정희 씨도 마음속 상처를 치유 받고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꽃밭 위쪽 작은 농막에서 기거하는 정희 씨는 새의 지저귐 소리에 잠에서 깨서 TV 영어 회화를 시청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집을 나서 닭과 오리를 챙기고 꽃밭을 돌며 밤새 안녕한지, 손길이 필요한 꽃은 없는지 살핀다. 쓰러진 꽃은 일으켜 세워주고, 곧 꽃을 피울 꽃대들은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배고픈 것도 잊기 일쑤.시장기를 느끼면 텃밭에서 키운 산나물과 채소로 끼니를 해결한다. '돈을 안 버는 대신 안 쓰고 살자' 마음먹었지만그래도 기본적인 생활비는 벌어야 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아랫마을의 편의점에서 일하고 그 외의 시간은 꽃밭에서 지낸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산중생활. 하지만 정희 씨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일상이다. 이 산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까지 긴 방황의 시간이 있었던 탓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산속의 생활은더없이 만족스러웠는데, 얼마 전부터 그 평화를 깨는 이들이 생겼다. 손녀인 강민채(10)와 강은채(8) 자매다.큰아들 부부가 일로 한창 바쁜 시기라서 정희 씨가 한동안 손녀들을 돌봐주겠다고 자청한 것. 자식들의 힘이 돼주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손녀들이 어릴 때라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산골에서 시작된 정희 씨의 황혼 육아.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워 밥 먹이고 등교시키는 게 일이지만 등굣길에 만난 청개구리, 민달팽이를 관찰하고 시처럼 예쁜 말을 뱉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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